GJCU 생활수기 공모전

이사

부동산학과 노금석

 
고즈넉한 휴일

창밖을 보니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가로수 나뭇가지 위 형형색색 물이 든 단풍이 세월의 흐름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도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수개월 이내에 어디론가 이사를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이사라는 단어에는 참 많은 사연들이 담겨있다. 전세금이 모자라 이사를 해야 했던 기억, 내 집을 마련하여 행복했던 기억, 평수를 늘려 이사했던 기억 등 이사라는 단어 안에는 우리의 희로애락이 함께 했다.

첫 번째 이사,

1989년 5월 어느 날 세를 들어 사는 집의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100만원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에 우리는 사랑 하나로 철없이 시작한 부부로 큰 아이가 첫 돌이 되기 전이었다. 그 당시 나의 월급이 36만원이었고 100마원이라는 큰돈을 단번에 드리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고민 끝에 주인아주머니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3개월 후에 모두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으나 방을 빼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그로인해 아내는 아이를 업고 동네에서 가까운 부동산 이곳저곳을 다니며 마침 비어있던 좀 오래된 방 한 칸짜리 집을 구하였다. 화장실이 집 뒤에 별도로 설치되어있어 불편하긴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보니 그곳으로 이사하기로 하였다. 지금 집의 만기일이 주중이기에 집 주인에게 며칠의 여유를 달라고 하였으나 날짜를 넘기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야박한 인심에 혀를 찼지만 이내 오기가 발동하여 기한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두 번째 셋방살이를 시작하였다.

두 번째 이사,

두 번째 집주인은 마음씨가 참 좋으신 분이었다. 그 집에서 7년을 살며 집세 한 번 올리지 않으셨을 뿐 만 아니라, 김치가 떨어지면 직접 장을 봐서 김치를 담가주셨다. 이처럼 큰 일, 작은 일 마다않고 챙겨주셨고 그 덕분에 아이들을 키우면서 참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지금도 명절에 가끔 찾아가면 친동생같이 반가워하며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나눈다. 요즘은 아들 둘을 다 키우시고 딸아이를 하나 입양하여 키우는 재미로 사신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에서 아름다운 삶을 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그 곳에서 둘째도 낳고, 중동 신도시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1995년 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중도금대출 제도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중도금 마련을 위해 주말부부로 지낸 3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온다.

평수 늘려가기!

2002년 어느 날 아내에게 평수가 큰 집으로 이사 갈 것을 제안했지만 반대하였다. 당시는 IMF를 지나 부동산 가격이 한참 오를 때였다. 평수에 따라 상승률에서도 차이가 있었지만 절대액으로 보면 엄청난 차이였기에 큰 집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더욱 유리하다는 판단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였으나 아내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렇게 요지부동이던 아내를 설득할 수 있던 한 마디가 있었다. “여보! 누가 그러는데 우리 집이 부자가 될 집인데 집이 너무 작아서 곡식을 쌓을 수가 없대. 그래서 부자가 되려면 곳간을 키워야 한 대.” 이 한마디로 두 달 만에 우리는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였다.

재테크!

이것이 계기가 되어 부동산 투자가 리스크가 가장 작은 수단임을 체험한 나의 모험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모험을 위해서는 아내의 동의가 절대적이었기에 부동산 관련 세미나, 동호회 오프라인 모임 등에 함께 다니며 내가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협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누구보다 나에 대한 절대적인 후원과 지지자의 모습으로 변한 나의 아내의 모습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렇게 재테크로 인해 이사를 가는 일이 잦아졌으나 불평 한마디 않고 따라주고 있는 아내와 아들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러한 이해와 협조의 가정문화 덕분에 평생 직장인으로서 사업이라는 유혹을 떨쳐버리고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스산한 바람이 불며 깊어가는 가을 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큰 아들과 얼마 남지 않은 수능을 준비하는 작은 아들, 늦은 나이에 꿈을 이루고자 밤을 지새우는 사랑스러운 아내!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멤버들이 나의 가족이라는 사실에 감사를 드린다.

깊어가는 이 가을, 다시 또 새로운 희망의 이사를 나는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