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까칠~한(?) 인생

[경영학부 허선호]

혹하지 않는다는 나이에 새삼스레 나는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

별을 보고, 천사와 노래하고, 낙원을 거니는.

돌이켜 보면 지나온 내 인생은 굴곡도 많고 사연도 많았다.

세상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어느 누구 하나 사연 없는 사람이 있을까 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은 쫌 까칠~한 인생이었다.

가정사에는 별 관심이 없으신 사내대장부(?)이며, 풍류남아인 선친덕분에 어머님은 고생을 좀 하셨고 가정경제는 늘 우울(!)했다.

해뜨는 집의 갬블러 아버진 아니었지만,

덩달아 나의 학창시절은 제임스 딘도 아닌 것이 반항, 고독 뭐 이런 단어들하고만 어울려 놀았다.

그러다가 이대근도 아닌 것이 의리의 화신, 마초맨 인양 하다가 그만 두 사람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한 그런 이유로 후배 군기 잡기를 빙자한 폭력 사건으로, 다치게 된 친구와 나란 놈.

고교 동창들 사이에서의 내 별명이 별로 내키지 않고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 “장파열"인 까닭이다.

그 후, 열심히 산다고는 하는데 별로 되는 것도 없어 지금의 공무원 생활을 결심하고 시험에 응시하여 다행인지 불행인지 덜컥(?) 합격하였을 때 선친의 첫 마디는 “너, 도대체 거길 왜 갈려고 하는 거냐?” 셨다.

공무원 따위(?)를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좀 특이한 집안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고, 다른 이유는 남들이 별로 내켜 하지도, 알아주지도 않는 천직인 교도관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시험에 응시할 때만 해도 교정직이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소릴 들어서 징검다리 삼아 다른 공부를 해 볼 요량이었다.

나의 이기심에 벌이 내려졌는지 합격 연수 후 발령대기 상태 중이던 설날에 그만 화재가 발생하여 살던 집이 전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모두 집을 비운 상태에서 누전으로 인하여 발생하여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그 여파는 나의 모든 희망을 앗아 가는 것 같았다.

마침 그 날이 돌아가신 할아버님의 기일이어서 먼 남녘 고향의 선산에 다녀오시던 아버님은 오히려 할아버님을 원망하며 술로 달래시다가 그 때부터 병을 얻어 결국 돌아가시게 되었다.

부모님도 망연자실하고 넋을 놓아버린 지경에 이르러 나라도 바짝 정신을 수습하고 일처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식구들 갈아입을 속옷 한 벌도 없이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어떤 다른 시도도 하지 못하고 발령이 난 교도관을 천직으로 삼아 삶에 매진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해 태어난 큰 딸아이의 재롱만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그 후로도 세상은 날 편히 두지 않았다.

보증 건으로 두 번 당하고, 나와 아내 사기 당한 것도 두 번,

참 뼈 빠지게(!) 힘들게 살아도 당할 건 다 당했다.

다쳐서 깁스도 다섯 번 쯤 해봤고, 교통사고로 추돌 당하여 입원도 다섯 번 쯤 해봤고 .

결국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도 생기고.

몇 번이나 때려치우고 싶었던 교도관의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고.

그런데 불혹을 넘긴 이 나이에 새삼 삶은 아름답고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느닷없는 철듦은 오로지 마흔 넘어 생긴 늦둥이 덕분이다.

요즘 세상에 아이 하나 키우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벅찬 일인지,

같은 이유로 나도 큰 아이 하나만으로 만족하며 살려고 했다.

그런데 이 놈이 예술이다.

작은 몸짓하나, 손짓하나에도 온 가족이 자지러진다.

하물며, 미소를 짓는다면 그야말로 생난리다.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국가 시책에 적극 호응(!)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애국자 소리도 듣게 된 건 다 이 놈 덕분이다.

가슴을 찡하게 하고 눈물을 돌게 만들던 첫 대면의 순간부터 이제껏 까칠했던 내 인생은 안녕 굿바이 인거다.

인생의 교훈이란 것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반면교사로 삼아...” 따라 하면 안 될 것만 보아오다가 제대로 스승을 만났다.

해맑은 미소를 절로 따라 하게하고, 온갖 이쁜 짓은 다 따라 하게하고, 푸근한 심성을 따라 하게하고.

부모가 자식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겠지만, 오히려 이 놈은 나의 등대가 된다.

나이 차이를 계산하다가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됐다.

‘저 놈을 잘 키울려면 내가 건강해야 하는데’ 하며.

무엇 하나 버릴게 없고, 새롭지 않은 게 없다.

원체 까탈스럽고, 뾰족했던 성격도 “어디서 도 닦고 왔냐?”는 소리를 들을 만큼 부드러워졌다.

혹시 내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 그 아픔이 아이에게 닥쳐오진 않을까 싶어 행동거지 하나도 더욱 조심하게 되고.

세상이 다 고맙고, 사람이 다 고맙다.

그렇게 속을 썩이던 재소자들도 바뀐 내 모습에 지들도 절로 내 앞에선 부드러워 진다.

‘그래, 세상이란 게, 사람의 일이란 게 다 이런 건데’ 그 동안 왜 그리 각박 했었는 지 모를 일이다.

가정 형편이 여전히 풍족하진 않지만, 그런 것이 뭐 대수랴.

굶지 않고 벗지 않고 구걸 안 하고 살 수 있는데.

대신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마음의 풍요를 얻었는데.

나쁜 짓 안하고 몹쓸 짓 안하고 열심히 살면 그것으로도 인생의 의미는 충분한 게 아닌가?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