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아픈 손가락

윤혜진 사회복지학과

얼마 전 부엌에서 바삐 일하다 손가락에 상처가 났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일할 때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었다. 세수를 할 때도 쓰려서 일회용 밴드를 붙이고 씻어야 했다.

흔히들 자식을 손가락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어릴 적 예고 없는 사고로 한쪽다리를 절고 다니는 자식이 엄마에게는 너무나 아픈 손가락이었으리라.

초등학교 3학년 때 다시 또 병원과 집을 오가며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는 막내딸이 측은했던지. 내 친구들을 데려다주고 같이 놀라고하며 뽑기하는 풍선을 한 판을 사다주었다. 아이들은 너무나 많은 종류의 풍선을 보며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풍선을 불어서 공치기도 하고 서로 누가 크게 부는지 내기도하면서 재있게 저네들끼리 몇 시간 놀고는 홱 가벼렸다

병원을 열심히 다녀도 별 차도없이 누워있는 딸이 안쓰러웠던지 엄마는 민간요법을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충청도 어디를 가면 약을 구할 수 있다고 하며 그날로 달려가셨다. 옛날엔 지금처럼 교통이 좋지 못하다보니 대구에서 충청도를 이틀이 걸려 약을 구해오자마자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절구에 구해온 약을 찧어 다리에 붙여주었다. 잠결에 축축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 일어났다. 다리에서 연분홍빛 진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피가 섞여 분홍으로 보인 것이다. 얼마나 독한 약이었던지 물이 조금이라도 튄 자리엔 화상을 입은 것처럼 빨갛게 부어 있었다. 그래도 멀리서 구해온 약이기에 며칠을 바꿔가며 붙이고 나니 붕대에는 사탕만한 허연 덩어리가 붙어있었고 무릎 한 곳이 뼈가 보일 정도로 뻥 뚫려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픈 느낌보다는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일어서서 걸어보니 아프긴 해도 걸을 수 있었다.

다시 학교에 가겠다고 하자 아이들에게 따돌림 달할까봐 걱정이 되셨는지 아침이면 손을 잡고 등교하며 복도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는 우리 교실이 잘 보이는 운동장 벤치에 앉아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교실에서 간간이 내다보면 엄마는 석고상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랑 같이 나오면 그 아이들을 데리고 구멍가게로 가서, 군것질거리라도 사주면서 사이좋게 놀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렇게 친구들과 어느정도 친해질 때까지 엄마와 등하교를 같이 했었다.

겨울이 오면 엄마의 아침은 더욱 분주해졌다. 새벽같이 일어나 따뜻한 밥이랑 국 끓인게 혹여 식을까봐 데우고 또 데우다보니 아침밥은 언제나 짤 수 밖에 없었다. 학교가는 길에 한기 든다고 입을 옷은 아랫목 이불 속에다 넣어두고, 운동화는 연탄 집게에 걸쳐 따뜻하게 데워놓고, 계란같은 조약돌 두 개도 항상 데워 장갑 낀 손에 쥐어주었다. 이렇게 가져간 조약돌은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온기가 남아있었다.

돌을 쥐고 다니는 나를 아이들은 항상 신기한 듯이 쳐다보았다. 어떤 아이들은 받아서 쥐어보고 그 온기에 놀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속으로 슬퍼하셨을 까 싶어 엄마가 측은하고 죄송한 마음 뿐이지만, 그땐 몰랐었다. 항상 하나라도 더 챙겨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당신 사후에 아픈 자식이 더 아픔을 겪지 않을까 염려하셨던 것 같다.

아픈 손가락을 두고 가시는 길까지 눈도 못 감고 한을 간직한 채 떠난 우리 엄마, 이제는 어느덧 내 나이 그때의 엄마가 되고 보니 자식이란 잘 자라도 늘 근심과 염려인 것을, 아픈 자식이었으니 얼마나 더 가슴 아프셨을까, 헤아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