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공부, 새로운 첫 발걸음.

조명휘 (아동상담학과)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제 나이 마흔 여덟이던 208년까지는......

1970년대 당시 범국가적인 경제개발 계획에 따른 중공업의 발전으로 각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인력 대거 양성 방침에 따라 실업계 고등학교, 그 중에서도 공업고등학교를 우대하던 분위기와 가정형편으로, 중학교 졸업 후 자연스럽게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리고 채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공업고등학교 졸업 후 해당되는 전공분야에서 5년간 근무하면 군복무를 면제해주는 산업특례보충역이 해당되는 기업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약 2년간을 일주일 단위로 밤낮이 바뀐 형태로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근무지역도 부평에서 울산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공부에 대한 저 자신의 의지가 부족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혼자 타지의 회사 기숙사에서 학업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병을 앓으시던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스스로 병역특례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아서 군에 입대를 하게 되었고, 4년 7개월간의 특전사 부사관 복무를 마치고 무사히 전역하였습니다. 전역 후에는 지금까지 몸담고 있는 ‘만도’라는 회사에 입사하였습니다. 사회생활에 신경을 쓰느라 시간은 덧없이 지나갔고 역시 이때까지도 공부라는 것은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았습니다.

취업과 동시에 살게 된, 그때까지만 해도 무척 생소했던 문막이라는 작은 마을을 차츰 알아갈 무렵 아내를 처음 만나 가정을 꾸리고 딸 하나 아들 하나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물론 좋지만, 그 당시의 저희 회사는 폭발적인 성장과 발전을 통해 거둔 결실을 직원들에게 임금과 복지 등으로 넉넉하게 공유하는 매우 알찬 회사였기에, 저를 대부분의 직원들은 현실에 안주하며 더 이상의 자기계발이나 앞날에 대한 투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공부에 대한 권유를 받을 때에도 ‘공부는 무슨...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이제 배워서 뭐하려고 돈 써가며 피곤하고 힘들게 사서 고생을 하나.’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국제사이버대학교에서 공부를 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솔깃해졌습니다. 예전에 15년 넘게 뜻이 맞는 회사동료들과 <역지사지>라는 소규모 모임을 결성하여, 매월 모은 회비로 소년소녀가장과 독서노인에게 후원금 전달과 방문봉사를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 봉사를 위해 지역의 복지관을 자주 방문하면서 처음으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면서, 참 고귀한 업무에 종사한다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그분들과 자주 만나며 봉사를 하다 보니, 봉사의 종류와 방법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어느 해인가 원주시에서 수여하는 봉사단체상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지인의 공부 권유와 예전 봉사활동의 기억으로, 뜻하지 않은 계기로 국제사이버대학교 진학을 하게 되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부척 걱정도 되고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약 30년 전에 공부를 끝낸, 그것도 대학이 아닌 실업계고등학교 공부가 전부였던 사람이, 레포트, 학점, 수강 등 생소한 용어들을 접하니 대학진학 결정이 후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함께 공부를 하게 된 학우님들의 도움과 격려를 통해 학업에 대한 두려움과 후회를 떨쳐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아왔던 방식과 다르게 살아오셨고 살고계신 다양한 학우님들과의 교제를 통해 세상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나와 다른 대상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통해 꼭 무언가를 얻는다하기 이전에 많은 분들과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유익했습니다. 그 분들이 공부를 통해 이루려는 목적을 알게 되면서, 유한한 삶이기에 좀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30년의 세월을 건너 뛴 한참 늦은 공부가 제 일생에 도전이라면 도전일 텐데, 이 도전을 통해 제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하게 되었고, 건강하고 올곧은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은퇴 후의 삶을 엮어갈 때 늦게 이룬 4년간의 공부로 얻은 지식과 자격을 제대로 활용하는 멋진 노년을 계획하곤 합니다. 배움을 통해 습득한 것들을 활용해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얼마나 뿌듯한지요.

물론 지금의 이 공부가 전부가 아님을 잘 알기에 앞으로도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도전, 성취를 위해 노력해야 함도 잘 알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인 것도 알지만 혹여 라도 누군가 저를 보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해서 새로운 희망의 모습으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도중에 그만둘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국제사이버대학교를 통한 금쪽같았던 배움의 끝자락에서 지난 4년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감사했고, 한 순간도 귀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기에 아쉬움도 그만큼 크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특히 지난 4년간의 배움에 있어서 모든 면이 부족하고 어리숙했던 저를 끝까지 이끌어 주시고 아낌없이 도와주셨던 이선경 교수님과 김현미 교수님, 그리고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평생을 잊지 못할 네 분의 학우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시간 30년 전 푸릇푸릇했던 청년은 오십을 넘어선 중년이 되었지만 늦게나마 결코 인생이라는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는 첫 발걸음을 떼었음에 감히 모든 학우님들께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 형통하시길 빌며 두서없는 글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