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국제인 케임브리지 대학에 가다

유수열

인천 발 2시 30분, 런던행 네덜란드항공 비행기는 고도를 점점 낮추더니 도착예정시간보다 10여분 늦게 런던공항에 도착하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으나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던 유럽이 내 눈에 펼쳐진 것이다. 우리나라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풍경들 사이로 수 많은 서양인들의 모습에서 드디어 유럽에 왔음을 실감한다. 시차 때문인지 머리가 약간 무거웠지만 이 정도에 의기소침 할 내가 아니었다. 어떻게 얻어낸 여행인데...

국제사이버대학교 학생에서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하게 조교가 되어 일하게 되었고, 즐겁게 일 한 덕에 2013학년도 입시와 그간의 업무평가 결과 우수사원에 선정되었고, 부상으로 유럽 여행까지 가게 되었으니 가히 집안의 경사였다. 학교에서 유럽여행을 보내준다고 하자 동생가족이 함께 영국을 가자는 제안을 해서 그러기로 하였다. 연로한 어머니만 한국에 남겨놓는 것이 마음 아팠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유럽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다.

처음 가 본 영국은 내가 상상하던 것과 달리 너무나 한가롭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언제나 흐린 날이 많다던 영국의 날씨는 여행 내내 우리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느낄 수 있는 맑은 날이었다. 그래서 잠깐 잠깐 내리다가 금방 그치는 비까지도 상쾌하게 느껴졌으리라.

<여행 1일차 : 공룡의 세계>

영국에서의 여행 첫날 일정은 자연사박물관이었다. 공룡이 엄마보다 좋다는 7살 조카 녀석이 가장 가고 싶었던 곳으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뼈대로만 구성된 26m의 거대한 공룡 디플로도쿠스의 위용 앞에 나는 더 긴장이 되었다.

생명관과 지구관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었는데 로봇공학을 적용하여 공룡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볼 수 있는 공룡관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런던을 온전히 구경하려면 며칠이면 될까? 일주일 일정이 너무 짧은 것 같아 머리띠를 질끈 묶고 바쁘게 움직여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증기 기관차를 비롯하여 영국 과학의 발달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과학박물관으로 향하였다. 혼자만의 여행이라며 물 좋은 곳에서 눈을 호사시켜보겠지만 사랑하는 조카들과 동생 내외 앞에서 나도 엄마가 되어 조카들의 눈높이에 맞춘 여행에 만족해야했다.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여행은 내내 기분 좋은 콧노래가 절로 흐르는 시간이었다.

<여행 2일차 : 셜록 홈즈를 품어보다>

셜록 홈즈에 대한 소설이나 영화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중학교 2학년인 조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셜록 홈즈 이다보니 영국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도 바로 “셜록 홈즈 박물관”인 것도 당연했다. 셜록 홈즈 박물관은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 속에 나오는 탐정 셜록 홈즈가 살았던 집을 재현한 곳으로 셜록 홈즈와 왓슨박사가 사용하던 물건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다. 신이 난 조카는 셜록 홈즈를 정말로 사랑하는 것 같았다. 박물관을 나와서도 우리는 셜록 홈즈 레스토랑에서 셜록 홈즈 햄버거를 먹고, 역사적인 인물과 유명 연예인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밀랍인형 박물관 마담투소에서 스타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여행 3일차 : 런던아이를 타러 떠나다>

아침 일찍 세계에서 가장 큰 대 관람차 런던아이를 타기위해 서둘러 지하철을 탔다. 영화 ‘If Only’의 배경지로 잘 알려진 런던아이는 템즈 강변에 있으며, 커다란 자전거 바퀴 모양의 회전 관람차로 여러 방향에서 런던 시내를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런던아이에서 바라본 영국 국회의사당 동쪽 끝의 빅벤의 웅장함은 정말 장관이었다. 관람 후 영국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 등 런던의 끔찍한 사건을 한 곳에 모아 둔 호러박물관 런던 던전을 돌아보고 우리는 버로우 마켓에 갔다.

버로우 마켓은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식 시장으로 신선한 채소, 과일, 대형 치즈, 빵 와인 등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가격도 착한 편이어서 눈과 입이 즐거웠다. 무엇보다 기분 좋았던 것은 시식해보라며 초대형 팬에서 덜어준 ‘파에야’였다. 지갑에 여유만 있다면 포장해서 고행하고 있을 교직원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여행 4일차 : 그리니치 공원에서 드디어 만난 런던의 녹색 천사>

세계 표준시로 유명한 그리니치를 찾아가기 위해 바를 탔다. 가는 길에 영국 산업혁명의 표상인 타워 브리지를 만났다. 빅 벤과 함께 런던의 상징으로 꼽히는 타워 브리지는 야경이 장관이라고 하지만 아침에 만난 타워브리지도 환상적이었다. 특히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만 다리가 팔(八)자 모양으로 들려지는 명장면은 안타깝게도 보지 못하였다.

그리니치에 도착한 후 핸드메이드 인형 등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수제품을 파는 노점이 몰려있는 그리니치 시장을 구경하고 먹거리를 사서 그리니치 공원으로 갔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드넓은 잔디밭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영화에서 보던 풍경, 늘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과는 달리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영국인의 삶이 조금 부러워지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지구 경도의 원점, 그리니치 자오선에서 서울을 찾아보았다. 갑자기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서울을 배경으로 서둘러 사진도 찍고, 전시관 관람을 마쳤다. 좋은 음식과 풍경 앞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니치 공원에 누워 푸른 하늘을 마음껏 구경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으로 만났다.

<여행 5일차 : 케임브리지 대학에 가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의 도시 케임브리지를 가기위해 ‘킹스 크로스’역에 도착하였다. ‘킹스 크로스’역은 영화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로 가는 열차를 타기위해 벽으로 뛰어들었던 승강장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나 역시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킹스 크로그’역에서 약 1시간정도 기차를 타고 케임브리지에 도착한 후 ‘The Sedgwick Museum of Earth Science’라는 작은 자연사 박물관을 관람하였다. 박물관을 유난히 좋아하는 조카 덕분에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강에서 나룻배를 긴 막대기로 밀며 주변을 구경하는 펀딩 투어를 위해 발길을 서둘렀다.

펀딩 이동경로로는 헨리 6세가 1441년에 세운 ‘킹스 칼리지’,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은 다리 ‘수학의 다리’가 있는 붉은 벽돌로 만든 퀸스 칼리지, 세인트존스 칼리지 등이 있다. 특히 트리니티 도서관에는 뉴턴의 ‘만류인력의 법칙’과 그가 쓴 친필소설이 전시되어있으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곰돌이 푸’의 원작자인 알란 알렉산더 밀론이 아들을 위해 그린 ‘위니 더 푸’의 초본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세인트존슨 칼리지는 튜터 양식으로 세워지고 튜터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기에 학생들은 공부가 너무 힘들어 탄식을 하며 지나갔다는 ‘탄식의 다리’가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설명해 주는 뱃사공의 말을 완벽하게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간혹 들려오는 낯익은 단어들만으로도 대강의 내용이 전해졌다. 내 눈치가 이렇게 빨랐나? 스스로 감탄하며 캠강을 유유히 거슬러 올라가며 고풍스러운 케임브릿지를 둘러보았다. 펀딩을 끝내고 케임브릿지대학이 우리 대학인양 캠퍼스를 거닐었다.

케임브리지에서 돌아오는 기차에서 바라 본 노을은 더없이 아름답게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

<여행 6일차 : 대영박물관과 뮤지컬 라이온킹>

13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회화 약 2,300여 점이 전시되어있는 영국 최고의 국립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에 갔다. 책으로만 보았던 미술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어 신기했으나, 7살 조카가 꼭 보고 싶어 했던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현재 암스테르담에 전시중인 바람에 안타깝게도 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그렇듯이 카메라에서 나오는 빛이 그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이 후 나폴레옹 군을 격파한 넬슨 제독 동상이 있는 트라팔가스퀘어에서 거리 공연을 감상하고 대영박물관으로 이동하였다.

대영박물관은 영국 최대의 박물관으로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산을 소장하고 있다. 1300만점의 소장품 중 약탈한 문화재가 많다는 생각이 들자 약육강식의 세계가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음이 실감되었다. 대영박물관을 나와 재미난 거리 공연을 보고 저녁에는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뮤지컬 무대의 중심,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라이온 킹을 보았다. 언제 또 런던에 와서 뮤지컬을 볼 수 있을지 모르기에 약간 무리해서 1층 중앙 좌석을 선택했다.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효과, 배우들의 가창력, 특히 배우들의 분장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공연 도중 우리 옆을 지나가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비싼 공연비가 아깝지 않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여행 7일차 : 영국의 대표 학문 도시 옥스퍼드 워킹투어>

여행 마지막 날, 그동안 자유여행으로 진행했던 일정과는 달리 픽업 맞춤투어로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영화 ‘해리포터’의 배경지이면서 하나의 도시가 대학교라는 옥스퍼드대학교와 크라이스트처치, 해리포터 식당, 보들리언 도서관 등 자유여행의 일정보다 더 많은 곳들을 방문하고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이렇게 투어를 하는 동안 친해진 가이드는 알고 보니 전 태권도 국가대표 문대성선수의 영어선생님이었다고 한다. 그 기념으로 함께 사진도 찍기도 하였다. 돔형 도서관인 래드클리프 카메라 도서관과 중학교 시절 영어 교과서에서 본 하이드파크를 먼 발치에서 바라본 것은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런던에서의 7일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런던만 구경을 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동생 가족들과 함께한 영국여행은 40대가 가기 전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무엇이든 빨리 빨리를 외치며 살아가는 모습도 나쁘지는 않지만 가끔은 삶의 여유를 누릴 줄 아는 모습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런던을 떠올려보면 여유롭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이번 8박 10일의 런던여행은 바쁜 삶에 지쳐가던 나를 치유할 수 있었던 힐링의 시간이었다. 이런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준 학교와 내가 없을 때 업무를 나누었을 직원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국제사이버대학교가 그 이름처럼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바라며 런던의 추억을 뒤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