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나를 찾게 해준 여행

주수산나 (아동상담학과)

얼굴에 제법 쌀쌀한 바람이 와 닿았지만 그렇게 차갑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40중반을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이곳, 늦가을의 경포대 해수욕장이었다.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낮선 여유를 누리고 있을 때, 나처럼 홀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한 여학생을 발견했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여느 학생들은 학교에 있을 시간이었기에, 더더욱 어린 학생이 무슨 사연으로 혼자서 마음의 아픔을 달래고 있는 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살짝 추운 날씨에 자리를 옮겨 차 한 잔하기를 청했다. 다행히 아이는 나에게 별 반감을 가지지 않았고 함께 한적한 카페에 마주 앉았다.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이곳 강릉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과 남동생이 함께 살고 있는데, 가정형편 때문에 자신의 꿈을 위해서 대학진학을 준비하지 못하고, 대학과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학교에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께 말해서 조퇴를 하고, 복잡한 심정에도 곧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나가야 하는 현실이 버겁고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학생의 안타까운 상황에 나 역시 답답해져오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선뜻 아이를 도울 수 없는 형편에 자꾸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아이가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지금의 나 역시 대학진학 무렵 집안의 부도로 모든 꿈들을 접었다가 만학도로 국제사이버대학교에 진학하여 장학혜택을 받아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잘 들어주었고, 중간 중간 메모도 했다. 그리고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시간이 되자, 이야기를 들어주고, 좋은 정보를 알려주어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나는 아이의 전화번호를 부탁했고, 아이는 메모하던 샤프로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인사를 한 후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학생에게 받았던 번호로 응원문자를 보내보았다. 잠시 후에 온 아이의 답장은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아줌마 만나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열심히 하면 길이 있을 거라고 믿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사이버대학교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며 이제 힘을 내서 씩씩하게 지내겠다는 내용이었다.

홀로 남아 바다를 바라보며 아이에게 말해주었던 나의 이야기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부유했던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수많은 미래, 집안형편이 어려워진 후의 불우했던 학창시절, 성인이 되어서 느낀 대학을 나오지 못한 서러움......

그러면서 또한 생각했다. 현재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하고. 먹고 살기 위해 전쟁 같은 생활을 해왔지만, 그래도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직장인으로, 그리고 못다 이룬 대학진학의 꿈을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국제사이버대학교 졸업반 학생이 되어있었다. 그동안의 못다 한 학업에 대한 서러움을 지우고 자격증을 취득했고, 또한 곧 학사학위를 받을 날을 떠올리니 만감이 교차했다.

앞으로 다시 이렇게 열심히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 성취를 발판삼아 환경이 된다면 더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 정도로 치열하게 임했던 터라, 막상 졸업을 한 후에는 허전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다가왔다.

그렇게 홀로 떠난 여행에서 나는 나의 과거와 현재를 보았다. 그러면서 넘실거리는 파도와 같이 나의 인생도 그렇게 넘실거리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고 현재 내가 가진 것에 대해 다시금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또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다음날 식사거리를 걱정하고, 아침마다 각자의 생활을 향해서 뛰어나가는 식구들을 챙길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카드청구서를 걱정할 것이다. 그렇게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 짧은 여행이 준 행복은 내 자신이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아주 귀중한 여행이었다. 난 나를 찾고 돌아가는 이 여행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