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마음으로 먹는 호떡

부동산학과 2학년 박창희

하루의 일이 끝났다.

지금 밤 11시 버스운전을 하는 직업을 가진 관계로 새벽3시 40분에 일어나 준비하고 일을 시작해 이제야 끝난다. 물론 내일은 쉰다. 오늘 이 순간 기분이 너무나 짠하고 더럽다.

서울 사당동을 돌아 안양 근교에 다 왔다. 시간은 밤 10시 20분경 이 시간에 원래 그러하듯이 하루 일을 마치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들어가는 취객과 데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는 아가씨 그리고 안쓰럽게 보이는 학생들의 지친모습

그런데 오늘은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아주머니가 나를 서럽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어느 아주머니가 나를 정말 미치도록 화나게 만들었으며 세상을 다시 한 번 기분 나쁜 눈으로 쳐다보도록 만들었다.

남들 다 좋아하는 호떡이 정말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안양 어느 정거장에 들어가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려는데 멀리서 아주머니, 아니 좀 더 나이 드신 아주머니 한 분이 멀리서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것이 아닌가.

늦은 시간에다 날씨도 춥고 쌀쌀해서 아주머니를 기다려 태워드렸는데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이 “기사 양반 다름이 아니라 애들 주려고 호떡을 사 놨는데 차가 와서 놓고 뛰어왔지 뭐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금 잠깐 가지고 오면 안 되겠나?” 하신다. 애들을 주려고 호떡을 샀다는데 보아하니 이 시간에 일을 마치고 가시는 분이면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 같았다.

마음이 짠해서 “알았으니 금방 오셔야합니다.” 하고 내려드렸는데 차라리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주머니는 정거장 옆 포장 호떡집으로 뛰어가셨고 돌아오시는 길에 주차금지 봉들을 연결하는 쇠사슬에 걸려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버스 안의 승객들은 모두 비명을 질렀고 아주머니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시는데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소리가 가슴 한 곳에서 밀려나왔다.

버스에 올라 온 아주머니 얼굴을 보니 광대뼈 부위는 까져서 피가 나고 입술은 부어서 한 움큼이나 되셨다.

뒤에 아주머니가 손수건을 주셨지만 피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손에는 호떡을 꼭 쥐고 계셨다.

오늘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엄마 손에 들린 그 행복의 식은 호떡으로 그 집 식구들은 웃음꽃을 피우면서 이 쌀쌀한 가을 가족의 사랑이라는 온풍기로 따뜻한 밤을 보냈을 텐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하게 울리며 왠지 모를 서러움이 찾아왔다.

“아주머니 괜찮으세요?”하고 물으니 “어쩔 수 없잖아요.” 하고 말씀하신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는 세상살이인데 이게 무엇인가?

세상은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있기 마련이지만 너무 속상하고 가슴 답답한 이 상황을 어찌 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두어 정거장 가서 다른 여성 한 분이 탔는데 보기에도 멋지다. 가죽점퍼에 도로꾸지모자, 꽉 낀 청바지, 그리고 가죽부츠까지 멋쟁이인 분이셨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들에게 전화해서 호떡을 사가지고 간다고 하신다.

오늘 무슨 호떡 먹는 날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다친 아주머니께 병원이라도 가시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알았다고 하셨지만 내리신 시간은 벌써 11시가 넘어 있었다.

식구들이 얼마나 놀랐을지 생각하니 아마 오늘 그 집은 과연 그 어머니가 사온 호떡을 정말 먹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집은 눈물로 호떡을 대신했을 것이다.

나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식구들은 오죽할까?

세상 살만 하다지만 다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 세상을 겸허하게 살아야겠다.

집에 와서도 한동안 아주머니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아주머니! 힘내시고 다른데 크게 안 다쳤으면 합니다.

그래야 제 마음도 편해질 것 같아요. 아마도 아주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 잘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