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얻은 사랑 최고의 선물
[뷰티디자인학과 손영경]

  한창 깊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단풍들을 보면서 문득 지난 2년 전 가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미용에 입문 했던 때도 가을이었고, 아마도 가을은 저와 인연이 깊은 계절인가 봅니다. 

지금은 지나간 일들이 되었지만 돌이켜 그 가을의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옵니다. 그 때도 이렇게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고 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학원에서 후배들을 양성하는 일에 여념이 없을 때였습니다.

아주 앳된 아직은 학생신분 일 것 같은 한 소녀가 학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기며 그 아이와의 깊은 인연을 예고하고 있었나 봅니다.

이름이 유진이라는 것과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미용을 배우기로 하고 학원에 나온 첫날

유난히도 말수가 적고 조용한 유진이를 보며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짐을 싸고 나간다든지, 갑자기 울기도 하는 등 이어지는 돌출행동으로 미움을 사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십년 가까이 후배 양성을 하고 있지만 항상 믿음과 사랑을 나눠주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쳤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제 예감대로 한 번의 자살소동과 가정환경이나 여러 가지 주위 여건으로 인하여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갑자기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서 3층 빌라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고 합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하체와 발목뼈가 으스러져서 1년 넘도록 병원 신세를 지면서 유진이 엄마께서 대. 소변을 받아 주었답니다.

  유진이 엄마께서는 마음에 큰 충격을 받으셨는지 얼굴에 기미가 까맣게 뒤덮여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중학교를 졸업한 나이에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격고 마음고생을 한 것을 생각하니 내 딸 같은 생각에 안쓰러워 견딜 수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이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던 저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딸 둘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큰 딸은 고등학생이었고, 둘째는 중학생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딸 하나 더 키운다는 생각으로 가족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유진이에게 엄마 같은 사랑을 주기로 맘먹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유진이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유진이가 처한 상황을 알고 저보다 더 따뜻하고 예쁜 마음으로 돌봐주고 챙겨주고 지냈습니다. 수업시간이 끝나면 항상 저희 집으로 데리고 가서 따뜻한 밥을 해주고 더운 여름날 목욕도 같이하면서 제 자식처럼 똑같이 대해주었습니다. 가족과 외식하는 날이면 예쁜 유진이를 데리고 다니고 여름휴가철에도 저희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함께 했습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유진이는 차츰차츰 발랄해지기 시작했고, 안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사랑이란 못과 같아서 박을 때 보다는 뺄 때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유진이와 저와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호칭도 선생님에서 엄마로 바뀌었고 아침부터 학원 문을 닫을 때까지 제 옆에 두고 같이 생활하다시피하기를 서너 달 급기야는 유진이 부모님의 의심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막 피어나려는 꽃봉오리인 유진이 꽃을 활짝 피우고 열매까지 맺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유진부모님께서도 저의 진심을 알아주시고 협조해 주셔서 고등학교도 진학 못하고 대안학교에서도 서너 달을 못 견디고 왕따를 당하고 힘들게 해서 그만두기를 반복하는 유진이가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고 같이 다니면 진짜 모녀지간인지 알 정도로 사랑으로 결속된 사이가 되었습니다.

  유진이가 검정고시 패스하던 날 박카스를 양손에 들고 엄마 하면서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오던 유진이의 모습이 지금도 어제 일처럼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지금은 차분히 저희 학원에서헤어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기 위해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꿈을 향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고 있습니다.

공부하며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서 엄마에게 가져다 드리는 아주 착한 효녀입니다.

예전에 가족들을 걱정시킨 모든 일들에 대해서 많은 후회를 한만큼 소중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유진이는 약간의 비만으로 볼품이 없었지만 S라인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서 조금은 숙녀다워 보입니다. 유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또 유진이가 밝아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 자신을 돌이켜봅니다. 항상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기에 이런 좋은 일도 생기게 되고 저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주위에 계신 훌륭한 분들 때문에 제 생활이 풍요로워 지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시작한 강사생활이 어느덧 이십년 가까이 학원과 학교를 이끌어 오면서 학생들한테 뒤쳐지지 않는 스승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지금도 국제디지털대학교에 편입해서 학생의 신분으로 지내고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 헤어디자이너들에게 꼭 필요한 헤어일러스트 교육을 위해 공부를 마치고 중앙회 헤어스케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후배들의 양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랑을 나누면서 교육에 임할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 봅니다.

  괴테가 말하기를 '하늘에는 별이 있고, 지상에는 꽃이 있고, 인간의 가슴에는 사랑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랑과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너와 내가 함께하는 삶,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저는 장학사업과 복지사업을 하고 싶은 마지막 꿈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저의 닉네임을 '미소천사'라고 붙여주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시련이 있어도 제 입가에는 돈으로 살수 없는 값진 미소가 살아있습니다.

또 얼마 전에 딸 하나가 더 생겼습니다.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딸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딸에게 사랑을 쏟아 부어주고 있습니다.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사랑을 나눠주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