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나의 딸은 300만원...
[레저스포츠학과 이태호]

“ 야 너 강아지 한 마리 키워 볼래 ”

“ 뭐 무슨 강아지? ”

  평상시 공원에 산책을 나가 애완견과 같이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왜 그리 부럽던지 매번 거리를 다니다가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난 항상 부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살던 친구 녀석이 나에게 애완견을 키워 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난 그 자리에서 흔쾌히 승낙을 했고 어떤 녀석인지 기대에 부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크나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예전에 애견미용 일을 했던 와이프가 반대를 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와 생활환경, 약간의 비염 증상으로 극구 반대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30만원 정도 하는 애견을 공짜로 받는다는 생각과 애견을 보살피는데 무슨 돈과 많은 시간이 들어가랴 라는 어릴 적 잡종 개 키우던 나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고 강아지에 대한 모든 관리와 책임은 내가 책임지는 걸로 하고 어렵게 와이프를 설득 애완견을 키우게 되었다.

드디어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는 상봉 첫 날 멀리 진주에서 주인의 빚 대신 팔려온 아주 기구한 운명의 애완견이 바로 지금의 ‘요가’ 이다. (지인 중에 한분이 합기도 관장님이신데 그 체육관의 진돗개 이름이 ‘합기’ 였는데 그래서 요가 지도자인 와이프도 ‘요가’ 로 지었다 한다.) 견종이 잉글리쉬코카스페니얼로 갈색털이 부수수하고 머리 양쪽으로 길게 늘어뜨린 커다란 귀, 넓적한 주둥이, 커다란 눈을 가진 한 살 된 중견 이었다. 와이프의 말로는 인물이 상당히 좋은 놈으로 평가 되었다. 그런데 이종은 영국이 원산지로 도요새사냥에 동원되었던 사냥개 출신이라 원래 산만하고 장난치기를 엄청 좋아하는 품종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놈은 암놈이라 그런지 순진 그 자체였다. 첨엔 벙어리로 착각 했을 만큼 잘 짖지도 않았고 너무나 얌전 했다.

그런데 먹을 걸 너무 밝히며 첨엔 똥오줌을 못 가려 나에게 많은 꾸지람과 무시무시한 신문지몽둥이 세례를 받기도 했다. 주는 대로 잘 먹고 잘 싸고 덕분에 난 똥도 하루에 두세 번 치워야 했고 주일마다 목욕을 시키고 미용도 첨엔 미용실에 맡겼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내가 직접 해결 하곤 했다. 그렇게 몇 달을 티격태격 나와의 실랑이 속에 우리의 요가는 별탈 없이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몇 개월 뒤 요가랑 같이 산책을 나간 와이프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 요가가 우리 요가가 흑흑 ~~ ”

“ 여보세요, 요가가 왜 ? 참 나 말을 해봐 ”

집 앞 동물병원에서 걸려온 와이프의 전화는 요가의 교통사고 소식 이었다.

집 앞 횡단보도에서 짚 차의 뒷바퀴가 요가의 뒤쪽 두 다리를 깔고 그냥 지나가 버린 것 이었다. 와이프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와이프도 너무나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도 놀란 가슴을 뒤로 하고 집 앞 동물병원으로 황급히 향했다. 가는 동안 그동안 요가를 구박했던 지난날들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도착해서 진찰실 책상 위의 요가를 보았다. 앞다리를 이용해서 뒷다리를 질질 끌며 나에게로 안기려고 발부둥을 치는 모습에 나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커다란 눈동자엔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나를 향해 괴음에 가까운 신음 소리를 질러 대는 것이 제발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니 요가는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놀란 와이프를 진정 시키고 나는 의사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었고 몇 시간이 흐른 뒤 엑스레이 결과를 보았다. 뒤쪽 다리 한쪽 대퇴부와 골반 사이가 완전히 두 동강이가 난 것 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장 기관은 괜찮은 것 같다고 하셨고 나는 서둘러 수술진행과 치료를 부탁했다.

수술비가 자그만지 거금 60만원!! 개 키우는데 무슨 돈이 들어 가겠어 라는 식의 처음 생각은 틀렸지만 지금은 돈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 선생님 수술하면 예전처럼 뛰어 다닐 수는 있는 지요”

나는 사냥개 출신인 요가가 날 가운데 놓고 큰 원을 그리며 아주 빠른 속도로 뛰는 걸

매우 좋아 했다.

“ 예 !! 수술 후 재활만 잘 하면 가능 할 겁니다.”

우선은 수의사 말에 약간의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요가는 부러진 뼈를 기억 자 형태의 쇠심을 박아 고정 시키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회복하기만을 기다리던 중에 면회를 간 병원에서 또 다시 황당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뼈의 접합 상태를 보기 위해 엑스레이를 점검하던 중 괜찮아 보였던 나머지 한쪽 다리에도 금이 가 있다는 것을 발견 했다는 것이었다. 수의사가 처음 사고 당시 미처 발견을 못한 것 이었다. 결국 한쪽 당 60만원씩, 120만원,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와이프의 반대를 무릅쓰고 요가를 키우게 되었지만 목줄을 하지 않고 나갔던 와이프도 잘못이 있던 터라 우린 그 누구도 원망 하지 않고 그냥 당연히 수술을 했다. 어느새 우리의 식구가 되어버린 요가는 기억 자 철심 두 개를 다리에 박은 채 한 달여 동안의 재활을 거쳐 예전처럼 사냥개의 면목을 찾을 수 있었다. 한 달여간의 재활 치료는 나의 몫 이었다 시간되면 똥, 오줌 받아내기, 몸 못 움직이게 고정시키기, 느린 걸음걸이 운동시키기, 등등

우리는 그렇게 요가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몇 달을 보냈고 교통사고의 안 좋은 기억도 서서히 잊어버린 채 옛날의 구박과 꾸지람이 있었던 그때의 그 시간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나고 우리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도 했다. 물론 요가와 함께!

일요일 아침 우리 부부는 요가를 혼자 둔 채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집에 들어서는 순간 1년 전 병원에서의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쳐다 보는 것이 아닌가! 살려 달라고 애원하며 울어 대던, 뒷다리를 질질 끌며 지금의 요가가 교통사고 후의 모습을 재현이라도 하는 듯, 우리 앞에 보이는 요가의 모습은 정말 참담했다. 눈에는 눈물을 흘리며 낑낑거리는 신음소리와 함께 우리에게 안기려 하고 있지 않은가!!

방안에는 똥을 군데군데 싸 놓았고 뒷다리는 힘없이 축 늘어져 아주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폴짝 폴짝 뛰던 놈 이었다. 우리 부부는 놀란 나머지 집 앞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 들은 얘기는 우리를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사람에겐 수술 후 걷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동물에겐 거의 복구 제로인 치명적인 병명이었다. 우리는 네발로 걷는 동물이 무슨 디스크냐고 의아해 했지만 수의사는 요가의 현재 증상이 디스크가 맞다고 하였고 수술은 가능 하지만 수술 후 거의 걷는 것은 불가능하고 수명도 짧아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대체로 이럴 경우 개를 위해서나 주인을 위해서나 안락사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아!!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일년 전 절망의 나락에서 겨우 구해낸 요가를 이제는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현실에 놓이다니, 하지만 나의 요가를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왜 디스크가 발생 했는지에 의구심이 생겨 1년 전 교통사고 수술이 그 이유가 아닌가 싶어 수의사에게 물어 봤지만 같은 계열에 종사하는 사람을 옹호 하려고 하는 건지 엑스레이를 설명하며 그건 절대 아니라고 했다. 일요일이라 예전 수술한 병원에 바로 가지 못한 요가는 그 병원에서 그 비싼 통증완화를 위한 치료약을 복용 하며 하루를 보냈고 다음날 1년 전 수술했던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 병원에서도 수술의 휴우증으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며 디스크 수술을 한다고 해도 완치는 어렵고 걷는 것도 안 되며 똥, 오줌도 받아 내야 한다고 하였다. 정말로 캄캄 했다.

안락사 시킬 생각을 하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도저히 못할 짓 인 것 같고 수술을 하자니 수술비 120만원에 죽을 때까지 수발을 들어야 하며 돈도 돈이지만 하반신을 사용을 못하니 그 또한 요가나 우리에겐 크나 큰 짐이 될 것이고, 나와 와이프는 그렇게 요가를 병원에 놓아두고 한적한 공원을 찾아 결단을 내리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지려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눈물만 계속 흐르던지. 결국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와이프를 보고 나도 마찬가지지만 요가를 어떻게든 살려 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 방법을 찾기 시작 하였다. 우선은 통증 완화제 투약 등으로 경과 등을 지켜보기로 하고 난 요가를 정상적으로 살릴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찾기 시작 했다. 수술 후 완치 된 사례, 수술 잘 하는 병원 검색, 침 치료 요법, 한방 요법, 운동 요법 등등

그렇게 방법을 모색하며 약물 치료로 통증완화에만 매달리던 중에 수의사와 함께 요가의 상태를 살피던 중 1년 전 골절 접합 수술 때 사용 했던 기억 자 형태의 쇠심이 부러진 걸 발견 하였고 내가 이 쇠심이 원인인 것 같으니 이 쇠심을 빼 주는 수술을 요구 하였다. 그러나 수의사는 그 쇠심은 부러진 지 오래되었고 이미 그 자리에는 가 골이 형성 되어 있어서 디스크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의 고집 속에 쇠 심 분리 작업이 진행 되었고 수술 후 통증완화제 투입과 한 달여간의 병간호 그리고 수술비 포함 피부병 치료 등 거금 300만원 정도 들은 후에나 집으로 돌아 올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 곁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예쁜 딸 요가가 나의 발밑에서 잠을 자고 있다.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님 그 부러진 쇠심이 원인이었는지 아님 나의 정성이 조물주를 감동 시킨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일이 있은 후 재발 가능성의 위험을 안고는 있지만 지금의 요가는 아주 잘 먹고 잘 싸고 잘 뛰고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아니 사랑스럽고 예쁜 우리 딸로서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일상생활에 지친 우리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요가야”

“네가 있어 우리의 오늘이 더욱 행복한 걸 너도 알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