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흥미상 수상작]
조현정

엄마표 영어의 힘

“Mom, I can fix the car!"혼자서 공구놀이를 하던 아들이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Oh, can you?"

"Yes!"

우리 나이로 네 살. 만40개월인 원준이 에게 영어는 그리 낮선 언어가 아닙니다.

엄마가 영어로 말을 걸어주면 영어로 곧잘 응답하고, 엄마 아빠에게 영어로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말처럼 유창하진 못하지만 아이에게 영어는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습니다.

값비싼 교재를 시킨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 살다 온 것도 아닌데 순수한 ‘엄마표 영어’로 이만큼 이루어냈다는 것이 순간순간 커다란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원준이와 함께 ‘엄마표 영어를 시작한 것은 임신 7개월 무렵이었습니다.

태교로 영어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았다가 우연히 유아 영어 교육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의 저자가 운영하는 유아영어교육 사이트를 찾아들어가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뱃속 아이에게 영어동화도 읽어주고, 영어 동요도 들려주며, 책을 찾아가며 영어로 말을 해주곤 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난 후부터는 적극적으로 영어로 말을 걸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기저귀를 갈면서, 젖을 먹이면서, 잠을 재우면서 가능한 많이 영어에 노출시켜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영어실력이 그리 좋지 못했지만 유아영어 서적을 찾아가며 여러 가지 표현들을 익히며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곤 했습니다.

원준이가 노는 시간에는 항상 영어 노래나 구연동화를 틀어주었고, TV도 가능하면 케이블 채널의 영어방송을 시청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케이블 방송에서 ‘사이버 대학 신입생모집’ 이라는 자막 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무심코 광고를 읽어가던 저의 눈에 ‘아동 영어 교육학과’ 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집에서 직접 영어를 가르칠 거라면 아동 영어를 전공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지원을 하게 됐고 그렇게 국제 디지털 대학교의 학생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전문적인 과목들은 영어교육 뿐만 아니라 육아를 하는데도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엄마표 영어를 계속 진행 할 수 있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엄마표 영어를 지속시켜주는 커다란 원동력이 바로 ‘품앗이’ 입니다.

원준이가 돌이 됐을 무렵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어 품앗이’ 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뜻이 맞는 엄마들이 모여 직접 아이들과 함께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마침 가까운 지역에 품앗이를 하고 싶어 하는 엄마들 몇몇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글을 보고 서로 연락을 하여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영어 동화책을 한권 정해서 일주일에 한번 엄마들이 돌아가며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됐지만 아이들을 가르친 다기 보다는 영어로 함께 놀아준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고 진행을 하다보니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스토리텔링과 함께 간단한 그리기나 만들기 활동, 함께 노래 부르기 등을 통해 엄마가 혼자서는 꾸준히 해주기 힘든 활동들을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아이들은 정말 재미있게 영어를 익혀 가고 있습니다.

엄마들 역시 수업을 준비하면서 영어 표현에 대해 고민 하고 재미있게 진행하기위해 연구를 하면서 공부도 많이 되고 이제는 영어로 말하는 것에 많이 익숙해져 서로가 놀라워합니다.

만 2년이 넘게 함께해오면서 품앗이 모임은 엄마표 영어를 지속하는데 튼튼한 동앗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들 끼리 책이나 육아에 대한 정보교환도 하고 자칫 힘들어서 포기 하고싶은 순간 서로 격려가 되고 자극이 되며 아이들에게도 엄마와 둘만의 영어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하는 영어로 발전되었습니다. 처음엔 회의적이던 아빠들도 이제는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어 수업준비도 함께해주고 품앗이를 하는 날이면 늦은 귀가도 너그럽게 용서해줍니다.

<2006년 엄마들과 함께한 할로윈 파티>

그렇게 엄마표를 진행하는 동안 원준이는 돌 무렵부터 엄마의 영어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Put it in the box" 하면 상자 속에 집어넣고, ”Follow me." 하면 저를 따라 열심히 기어오곤 했습니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20개월 무렵엔 바닥에 떨어진 사과 그림카드를 보고 “애뿔” 이라고 말을 해서 저와 신랑을 너무나도 기쁘게 했답니다. 그러다 두 돌 무렵부터 우리말이 본격적으로 트이면서 영어 아웃풋이 주춤해 엄마를 애타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영어 동화를 읽어주고 함께 영어로 놀아주며 믿고 기다린 보람이 있어서 두세 달 지난 후부터는 영어로도 제법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노래를 따라 부르고 영어로 쫑알대는 모습이 너무 기특했습니다.

그리고 36개월 무렵 그동안 알파벳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부르며 거실 벽에 붙어있는 알파벳 벽그림을 열심히 짚어가더니 어느 순간 알파벳을 혼자서 떼버리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몇 번 대소문자를 구별해 “Big A, small a..' 같이 알려준 적은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알파벳을 뗄 줄은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더욱 신기한 것이 대문자와 소문자를 전혀 헛갈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은 또 한번 엄마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글이건 영어건 문자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혼자서 알파벳을 뗀 후로는 한글에도 관심을 가져서 요즘은 열심히 한글을 익혀가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아이를 엄마표 영어로 키우면서 주변에서 곱지 않은 시선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이 들은 아이가 영어와 우리말이 혼동이 올 것이라며 반대를 했고 어떤 이 들은 극성이라며 “나중에 너네 아들이랑은 수준 차이 나서 말도 못하겠다.” 며 가시 돋친 말들을 하곤 했습니다. 그 걱정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었기에 저는 아이가 영어와 우리말을 혼동하게 되는 것은 우리말은 등한시 한 채 영어에만 집착하는 진행방식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리고 영어뿐 아니라 우리말도 책읽기와 노래 듣기 등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또 제게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영어는 언어라는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 곱지 않던 시선들이 부러움이 되어 어느새 저는 주변 엄마들의 영어 상담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지 어떻게 함께 놀아주는지 많은 엄마들이 물어오고 함께하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면 더더욱 엄마표에 대한 확신이 생깁니다.

이제 얼마 후 원준이는 다섯 살이 됩니다.

주변의 친구들 중에는 영어유치원을 등록했다는 말들도 들리고 영어 교재를 신청했다는 말들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저는 엄마표를 믿습니다. 주변에서 영어유치원을 다닌 아이들을 여럿 보았지만 그 아이들의 영어는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 눈에는 엄마와 일상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영어는 그저 보여주기 위한 엄마와 주변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였습니다. 물론 영어유치원을 보내면서도 엄마가 함께해주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엄마가 함께 해주기 때문이지 영어유치원 덕분에 영어 실력이 느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실력이 없어서 못해준다는 하소연들도 합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저는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노력이 없는 것이다.” 라고 충고합니다.

이제 막 읽기에 관심을 보이며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아들을 보며 저는 다시 한번 확신합니다. ‘엄마표 영어는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