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다시는 불러보지 못할 아버지를 생각하며 

[뷰티디자인학과 박명순]

가을의 새벽.

나는 새벽이 좋다.

고요하고 스산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을의 새벽.

늦은 봄과 겨울은 너무 어두워서 싫고 여름은 너무 밝아서 싫다.

약간 어둠이 내려앉은 가을의 새벽은 황홀한 기분까지도 들게 한다. 두 달 전만해도 새벽5시에 일어나 운동을 갔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벽에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다. 잠자리에 늦게 드는 원인도 있지만 도저히 몸이 감지를 못한다. 어떨 때는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난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의 새벽을 맞이하지 못함에... 가끔씩은 오늘 밤을 새서라도 내일 새벽을 맞이하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결국은 잠에 못 이겨 이른 새벽 자면 안 되는데 하면서 잠이 들어 버린다. 지금도 역시 그 이른 새벽이다 이번만큼은 스산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을의 새벽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슬픈 마음과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기꺼이 새벽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다 하자면 밤이 새도록 다해도 부족하다고 한다. 나 역시도 사십을 넘게 살아왔기에 그러지 않을까싶다.

올해로 결혼한지가 14년, 두 번째로 근속한 직업이 되질 않았나싶다.

14년이란 세월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라 그 삶의 여정 속에는 나름의 아픔과 기쁨이 많았다. 어쩔 수 없었던 순간들이 나를 많이 힘들게는 했지만 살아야 하는 이유와 인내해야하는 구속이 있어서 나를 지탱하게 해 주었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집념으로 버텨왔고 이런 내가 되게 해준 우리 아버지, 엄마, 고맙고, 감사하고...

작년 오월, 지금도 아버지의 마지막 그 모습이 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아버지! 아버지! 다시 한번만 불러 볼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잃어도 좋다는 간절한 생각까지도 해본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도 준엄하신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 어릴 적 기억 속엔 선하다. 아버지께서 외출복을 입고 나설 때면 어떻게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지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던 아버지의 예쁜 딸이었던 것을,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이러한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변하고 말았다

너무 가난했던 우리 집. 엄마는 장사를 하시고 아버지는 막일을 하셨기에 큰 딸인 나는 엄마가 지어준 밥을 먹고 공부를 해야 하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집안일을 거의 다 하다시피 해야만 했다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가 옆에 버티고 계셨기에 불평 한 마디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불만이 가득한 마음으로 그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아버지도 싫고 엄마도 싫었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미련 만은 버릴 수가 없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주경야독을 했다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보란 듯이 성공을 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그것은 너무 힘든 일이였다

그래서 나는 나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공부에 대한 마음을 뒤로 한 채로 기술을 배우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내 마음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품어야만 했는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내가 처해 있는 환경, 내 자신, 엄마, 아버지, 모두가 싫고 미웠다.

자식에게 있어 천사 같고 마냥 너그러우셨던 우리 엄마, 그러신 엄마께도 나는 고마움은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아득한 옛날이지만 내가 엄마를 힘들게 했던 생각만 하면 내 자신이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러워서 “엄마”라고 부르기도 힘이 든 적이 있었다.

이제 고인이 되어서 불러 볼 수도 만져 볼 수도 없게 되어버린 아버지이시지만 후회하고 또 후회가 되어서 몸서리를 친다. 우리가 이렇게 바르고 건강하게 세상을 살아 갈 수 있게 해 주신 우리 아버지, 창백한 모습으로 온다, 간다, 한 말씀 안하시고 가 버리신 아버지,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자식들이 섭섭했을까?

“아버지 이젠 저도 아버지 맘 다 알아요 왜 그렇게 댓 쪽 같은 마음으로 저희들을 키우셨는지, 그 어려웠던 시절 얼마나 마음이 힘드셨어요. 저희들한테 미안해하지 마세요.”라고 왜 진작 말을 못해드렸는지 답답하다

작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던 그 달에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 ‘한마음 체육대회’가 있었다.

나는 그때 편찮으신 아버지를 잠시 모시고 나와 잠깐 머물다 가시게 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내가 학교를 다니는 것을 아버지께서는 모르고 계셨다 그날 저녁 아버지는 내게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하셨다 “잘 해라 잘 하고 살아라.”그리고 일주일 뒤 아버지는 영영 눈을 감으셨다.

나에게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죽음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현실로 다가온 고통은 이제껏 내가 겪어본 어떤 고통과 달라기에 그 아픔은 나의 자아마저 흔들리게 했다.

내가 그토록 하고 싶어 한 공부를 늦게라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버지의 마음이 아프셨을까? 그래서 아버지는 더욱더 기력을 잃으셨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마음에 담아 둔 아픔을 훨훨 털어 버리고 가셨으리라... 편안한 곳으로

이제 남은 분은 엄마, 내게 있어 너무 소중하고 절실한 분이시다.

자식이라는 혹 때문에 무던히도 힘든 세월을 묵묵히 웃으면서 살아오신 나의 엄마...

내가 결혼을 해서 엄마가 되어보니 내 아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나는 그들만의 포로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다가도 내 아이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이러하듯이 우리 엄마 아버지께서도 당연히 그러셨을 것이다

이 분 들께 보답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열심히 살아주는 것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차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내 사십 인생의 절반을 같이 동고동락하며 나를 지탱해준 든든한 친구가 있다면 그것은 나의 직업인 헤어디자이너가 아니 였었나 싶고,내 소망을 이루는 도구가 아닌가 싶다

.이 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을 때만 해도 공부냐 기술이냐를 놓고 많은 갈등을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는 것 이였는데~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나에겐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리 엄마, 아버지를 생각하며 나는 열심히 살아야만 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은 했을 뿐,

지금 생각하면 그 때 힘들게 기술을 배운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잘 한 일이지 아무에게나 무조건 감사하고 싶은 마음 일 뿐이다

지금도 가끔씩 힘이 들면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 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나를 응원 하고 계실 것만 같은 생각에 나도 모르게 힘이 불끈 솟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 제가 남은 인생을 잘 살 수 있을까요?”하고 여쭤도 보고 싶다

이제 정말 뒤 늦게나마 그토록 갈망하던 공부와 학교와의 인연을 갖게 되었는데 쉽게 가는 행로에는 서고 싶지가 않다

하늘 나라에 계시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못 해 주었던 가리킴에 대한 여운을 말끔히 씻을 수 있도록 그 자리를 메워 드리고 싶다

지금의 또 다른 행복은 내가 가지고 있는 환경에서도 마음껏 공부 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 일 년은 일반 대학에 다니다 편입을 한 학교이지만 이러한 나에게 행복을 주는 학교인 것만은 사실이다.

거의 2 년을 다닌 학교이지만 아직도 흔들림이 없는 내 마음이다

비록 일반 학교처럼 모든 수업이 오프라인은 아니지만 나는 충분히 오프라인 학교보다 더 애정을 느끼며 행복하다

이 학교를 다니면서 내게 남은 모든 멍울을 지워버렸기에 더 많은 행복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내 일이 너무 많아 남편과 아이들에게는 미안하고 고맙다

아무 불평 없이 묵묵히 바라봐주는 남편,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는 우리 아들들,

아내의 빈자리가 짜증이 날테고, 엄마의 빈자리가 힘이 들텐데...

아내로서 엄마로서 열심히 사는 모습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 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의 아버지 엄마가 내게 그러셨듯이~

이제 인생에 있어서 희미하게나마 모양이 그려지는 듯 한데 이 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항상 염두 해 두고 심사숙고 하게 모든 일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노력 하겠노라고 내 자신과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 들에게 맹세한다

항상 더 나은 내일을 추구 하듯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더 밝고 크게 떠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