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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JCU 생활수기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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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제2회 GDU 생활수기 공모전] 김대기 <벤처경영학>

조회7166

그 여름의 추억.....


장려상


벤처경영학
김대기


“어이구, 사돈어르신, 어서 오시지요.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지요?”


“아닙니다. 고생은요. 외려 사돈댁에 폐만 끼치는 게 아닌가 걱정입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냥 내 집처럼 편히 쉬시다 가세요.”


장인어른과 어머니께서 나누시는 인사에 저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3박 4일의 짧은 휴가기간을 처가에서 보내기로 한 우리는 홀로 계시는 어머니도 꼭 모시고 오라는 장인어른의 말씀에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한 것이지요. 이른 새벽에 출발한 덕에 처가에 일찍 도착하게 되었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벌써 한 차례 농사일을 마치고 마침 돌아오시던 중이셨답니다.


장모님께서 정성껏 차려주신 늦은 아침을 참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할메요. 오시느라 애쓰셨구만요. 더우시지라? 여기 아이스케키 하나 드시소. 지가 하나 사 드릴터이니.”


아침을 먹고 집 앞을 나가니 앞집 할머니가 먼저 반기며 어머니께 인사를 건넵니다. 우리 가족이 휴가를 보내러 오늘 내려온다는 사실을 이 마음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윗집 아주머니, 뒷집 할아버지, 그 옆집 강아지까지도 우리가 내려온 사실을 알고 있었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렇게 따스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답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삭막한 도시 생활과는 너무도 다른 아름다운 모습이었답니다.


사람 사는 맛, 그래요. 그런 맛이 어우러져 진한 된장국처럼 일어나는 처가는 물 맑고 인심 좋은 섬진강 상류 부근에 위치한 한 작은 마을입니다.


앞으로는 섬진강 물줄기가 유유히 흘러가고 사방을 둘러싼 높은 산들이 마을을 지켜 주고 있는 고요하고 풍요로운 곳이지요.


처가는 할머니께서 사시는 안채와 장인어른이 사시는 조그만 가겟집이 있습니다. 할머니께서 사시는 곳은 아주 오래 되었지요. 옛날 한옥집의 모습으로 세월의 풍파에 이리저리 휩쓸린 자리가 흔연히 드러나는 오랜 전통이 있는 그런 집이랍니다.


한평생을 살아오신 할머니께서 이리 쓸고 저리 다듬어 마당 한 켠에 누나 같은 봉숭아며 고운 님같은 접시꽃이며 새색시 같은 다알리아까지 곱게 키우고 계신답니다.


한창 신세대인 처남들은 이 집이 너무 오래되어 창피하다며 얼른 새롭게 집을 짓자고 야단이지만 “새로 지을 거였음 얼마든지 지었겠지. 하지만 난 이집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세월이 갈수록 어린 시절 내가 자랐던 추억이 묻어 있는 이집을 없앤다는 건 너무 마음 아픈 일인게야. 이리 덧대고 저리 이어서 조금은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겐 너무도 소중한 추억을 안고 있는 이 집이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귀하고 아름답게 보일 뿐이라네.”


하시는 장인어른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사방이 꽉 막힌 도시 생활에 지쳐 계시던 어머니의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할머니와 함께 점심에 먹을 호박잎을 따시며 이런 저런 추억을 더듬으십니다. 호박잎을 딸 때는 밑에 애기 호박이 자라는지 확인을 하고 따야 된다며 아내에게 세심히 설명도 해 주십니다. 햇살이 좋아 마당 앞에 널린 고추를 다듬으시며 할머니와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시고 시원한 정자나무에서 한여름 더위를 한줌 바람에 날리기도 하셨답니다. 마을 초입에는 세월의 두께만큼 커다란 정자나무 아래 그림처럼 어울리는 정자가 있습니다.


그 앞으로 유유히 강물이 흐르고 피서를 즐기기 위한 피서객들과 물놀이 좋아하는 어린애들이 신나게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누구네 집에 강아지를 몇 마리나 낳았다더라, 누구는 시집을 잘 갔다더라 하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동그랗게 동그랗게 퍼져 나가는 정자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계십니다. 그 앞에 세상에서 제일 멋진 폼으로 어깨에 투망을 걸치고 물을 향해 가는 주인공, 바로 저이지요.


장인어른과 동네어르신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을 뒤로 하고 푸른 강물을 향하여 온 힘을 다해 ‘어엿차’하고 투망을 던지자마자 “글렀어 글렀어. 투망이 저리 퍼지면 고기 한 마리도 못 잡제, 암.”


“허허. 고기들 다 빠져 나가버렸겠고만이. 대체 뉘집사위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글세, 우리 사위는 아닌거 같은데.” 장인어른의 말씀에 어르신들 한바탕 통쾌하게 웃으십니다. 비록 고기는 얼마 못 잡았지만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시간에 마냥 즐거웠습니다.


비가 보슬보슬 마을 적십니다. 장모님께서 손수 기르신 부츠며 파, 고추며 깻잎까지 총총 썰어 부침개를 만들어 주십니다.


“여보게, 자네가 술 한 병하고 음료수하고 들고 가서 정자에 계신 어른들께 술 한잔씩 드리고 오시게. 좋아들 하실 게야.”하십니다. 정성껏 만들어 주신 부침개와 술과 음료수를 들고 정자에 가니 어르신들께서 출출하던 차에 잘 됐다며 반기십니다.


“고기는 많이 잡았나? 물고기 잡아서 장사하긴 틀렸고만잉?.”


“열심히 연습햐. 글서 담번엔 많이 잡도록 햐.”


하시며 격려해 주십니다. 정으로 돌려지는 술잔과 어르신들의 말씀에서 일찍 떠나신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웁니다. 장인어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살짝 살짝 마을을 적시던 이슬비가 갑자기 집중 호우로 바뀌었습니다.


밤새 내린 비는 누런 황토색을 띠며 거센 물결을 만들어 빠른 속도로 휘몰아쳐 흘러갑니다. 동네 사람들 하나둘 모여 물 구경을 합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많은 생각들이 묻어나옵니다. 자신의 몸에 붙어 있는 안좋은 기억, 부끄러웠던 마음, 생각, 잊고 싶은 시간들을 흐르는 물살에 함께 흘려보내는 의식을 조용히 끝마친 영혼들의 얼굴이 평온합니다.


이 때, 장인어른이 그나마 물살이 적은 곳에 던지신 투망에 참으로 많은 물고기가 잡혀오자 조용하던 곳이 순식간에 난리법석 야단이 납니다.


서로 이쪽에 던지라는 둥, 그 쪽은 이미 물고기가 다 나가버렸다는 둥 지시를 합니다. 금새 하나 가득 잡힌 물고기로 어떤 요리를 할까? 생각을 하다가 물고기 튀김 요리를 준비합니다. 깨끗이 손질된 물고기를 반으로 자른 고추에 싸서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기거나 깻잎으로 돌돌 말아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기면 그 맛 일품이지요. 처남들과 함께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답니다.


처가에 가면 마지막 저녁에 꼭 거쳐 가는 코스가 있지요. 바로 장작구이 삼겹살 파티! 처남들이 순식간에 장작을 피우고 자리를 만들면 온 식구가 모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장작에 삼겹살을 구워 상추에 싸서 서로의 입에 넣어줍니다.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하고픈 말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입니다. 따스한 마음들이 모여 앉은 이 시간은 정말 행복합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눈길만으로도 느껴지는 정이 있어 가슴이 따스합니다. 서로에게 따스한 맘 한 줌 쌓아 입안 가득 넣어주는 이 순간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밤하늘 달님도 가족들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 앉아 사랑을 토닥입니다.


이윽고 떠나는 날.


여기 저기 북새통을 만들며 들락이던 저에게 장인어른께선 언제 또 오냐며 아쉬움을 전하십니다. 장모님께선 애써 눈물 닦으시며 아쉬움에 손길 떨구십니다.


“사돈 어르신, 처음으로 오셨는데 대접이 소홀해 송구스럽네요. 담에 또 들르세요.”


“아닙니다. 정말 좋은 시간 잘 지내고 갑니다. 저희 때문에 고생 많으셨지요. 고맙습니다.”


주고받는 인사에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납니다.


멀리 떠나가는 차를 언제까지고 바라보시는 장인어른, 장모님. 저희 열심히 살아서 행복하고 좋은 모습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효도 많이 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여름 햇살 한 조각이 장인어른, 장모님의 마음 실어 굽이굽이 산길 따라 반짝이며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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