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생활수기 공모전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장려상

사회복지학과
송미영

너무나도 간절히 뵈옵고 그리운 아버님 어머님!

두 분 마지막 뵈어 온지가 벌써 10여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움을 가슴속에 담고 베푼 사랑 깨닫기도 전에 돌아가시어 지금에서야 겨우 불러봅니다.

왜 그렇게도 힘들게 사셨어요?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눈물밖에 나지 않습니다.

모질게 살아오신 댓가가 7년 병석이었습니까?

당신 몸 망가지는 것도 모르게, 심장이 멎는 것도 모르게, 뼈마디가 부서지도록 일을 하셨어요?

반지 하나 없는 손에는 굵은 마디만이 당신의 수고로운 댓가였습니다.

제 기억에 남은 어머니의 모습은 당신 몸의 몇 배가 되는 채소보태기를 이시고 휘청거리면서 가시는데 그때 저는 저 다리가 부서지면 어쩌나 하는 아찔한 생각과, 병원 침대에 누워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파하며 비틀어진 모습 그대로 신음조차 할 수 없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죄송합니다.

왜 그때 조금 더 편안하게 모시지 못하고 맛난 것 골라서 드리지 못했는지 후회만 남습니다.

어느 시집의 제목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간절한 생각이 듭니다.

당신의 고통스러운 마지막을 아셨더라면 삶에 대한 애착도 좀 더 잘살아보겠다는 생각도 덜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생활에 충실하셨기에 지금 저희 마음이 그리움으로 간절하게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금치 한 단, 가지 한 무더기, 배추 한 포기 팔아서 저희들 공부시키시고 입히셨던 우리 부모님!

1년 365일 손가락 마디마디엔 시커먼 물때가 지워질 날이 없었던 마디 굵은 엄마 손이 지금 무척이나 만져보고 싶습니다.

어쩌다 하루 쉬는 날이면 새벽같이 깨워서 일 시키시는 엄마가 미워서 “나는 나중에 결혼해서 절대 자식에게 일 안 시키겠다”고 소리치면 엄마는 “다 너거들 위해서다 이것아”하시던 말씀 지금에서야 절실히 깨닫습니다.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끝에 물 안 묻히고 늦잠 자도록 내버려 두셨더라면 지금 내가 어떤 조건으로 감사할 수 있겠습니까?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물려주셨던 단 하나의 교훈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최선을 다하며 부지런해라”시던 그토록 지겹게 듣던 말씀이 또 다시 듣고 싶습니다.

7년을 넘게 병석에서 보내시던 어머니!

무슨 병명인지도 모를 갖가지 합병증

지금은 신부전증이 많이 알려져 신장 기증자도 생기곤 하지만 그 당시엔 동아대 부속병원에서 신설하여 당신 혼자만이 혈액투석을 1년 반 남짓.

건강이 극도로 좋지 않았기에 혈액투석 3시간여 동안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몇 번이나 혼절하시고 갑자기 저혈압으로 내려가는가 하면 고열에다 자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갖가지 신경계통, 설사, 소변으로 침대를 적시기가 일수.

맑은 정신으로 그 힘든 일들을 자제할 수 없다는 건 차마 옆에서 지켜보기 힘들었어요.

엄마는 어떻게 그 일을 감당하셨어요?

죄송해요 어머니.

엄마의 아픈 마음을 왜 감싸주지 못했는지.

엄마 왜 아무 말씀도 안하셨어요?

침대를 적실지도 모르니 기저귀를 해 달라든가, 모기 너무 마르니 물수건으로 입을 적셔달라든가, 당신의 마음은 너무나도 간절히 원했건만 알아서 척척 해주지 못하는 딸이 얼마나 미우셨어요.

지금 같아선 너무나도 잘 할 수 있을 텐데.

왜 진작 그 마음을 헤아려 드리지 못했는지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뿐입니다.

복수가 너무 차서 물기 있는 음식이라곤 아예 드시지를 못해 오이로 입술을 적시며, 무로 입술을 닦으시던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시려요.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매일 목욕탕을 이용해야 하는 까닭에 어쩔 수 없이 나는 따라 다녀야했지요.

혈액투석 이틀이 지나면 또 다시 배는 올챙이처럼 불룩하게 나왔고 다리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영양소가 다 빠져 막대기처럼 앙상했던 엄마 모습이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는가 하며, 또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ㅁ들이 이상한 동물 쳐다보듯 하니까 창피한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엄마는 그 못된 딸의 마음을 미리 아시어 “이제는 내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일주일에 두 번만 같이 가자꾸나”하시던 어머니.

난 한참 뒤에야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는 걸 알았어요.

엄마, 정말 죄송해요.

내가 아무리 아닌 것처럼 해도 모든 마음을 아시고 당신 몸 불편하면서도 자식 생각에 그 고통을 감내하셨던 어머니.

물 대신 요플레를 한 모금씩 드셨기에 냉장고에 몇 개씩은 늘 있었죠.

엄마, 그땐 난 요플레가 참 먹고 싶었어요.

별것도 아닌 것이 엄마만 드신다고 생각하니까 참 먹고 싶은거에요.

그때 엄마는“니도 한개 먹어라. 사람 입은 다 똑같다. 내입이나 니입이나 말이다.”그러시면서 억지로 주시던 엄마가 참 고마웠어요.

엄마는 어떻게 저렇게 내 마음을 다 아실까? 하면서.

지금 엄마가 내 곁에만 계신다면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콤하고 달콤한 것이라도 당신이 아무리 싫다고 손 저으셔도 꼭 한입 잡수시게 하고 싶어요.

엄마 말씀대로 입은 다 한입이니까요.

왜 저희에게 많은 것만 가르쳐주시고 마흔아홉이라는 짧은 나이에 가셨는지 모르겠어요.

실천할 기회를 단 한번도 주지 않고 말이에요.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혼자되신 당신 때문에 자식들 생활하기 불편할까봐 전화도 하지 않으시고.

그런 마음을 진작 알았더라면 날마다 전화해서 안부도 묻고 식사는 제때 하셨는지 물어도 보았을 텐데.

왜 지금 아는 걸 그때는 몰랐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결혼해서 한번씩 친정에 반찬 사들고 가면 “김서방한테나 신경쓰라”시며 한사코 오는 것을 만류하셨던 아버지. 빨래를 할 때만 속옷은 한 쪽으로 숨기시고 겉옷만 주시던 아버지.

저녁이면 등을 문질러 주고 이불을 잡아당겨 덮어주며 속옷도 서슴치않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제일이라고 모두들 생각했었죠.

그래서 엄마2번째 기일에 아버지 재혼을 논의하고자 모였는데, 바로 그날 저녁에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쉰하나의 짧은 나이에 돌아가셨어요.

왜 한번의 기회도 주지 않고 그렇게 가슴 아프게 돌아가셨어요.

우리에겐 평생이 습득해야 할 많은 것들을 채워주셨건만 당신은 왜 하나도 받지 못하셨어요.

아버지,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나중에 커서 돈 벌어서 잘해드릴게요”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절실히 깨달았어요. 지금가아선 더 열심히 노력하고 부모님의 조언을 더 친절히 받아들이고 진실로 사랑할 텐데.

아버지, 어머니

이제 내가 부모 되어보니 알겠어요.

당신이 물려주신 크나큰 사랑과 가르침을 다 실천하기는 어려우나 생각나는 한 베풀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 시간을 빌어서 나의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함은 비록 우리 부모님의 몸에선 향기로운 냄새가 아닌 거름냄새가 나더라도 진심으로 내 아버지, 어머니가 계셨음을 감사드리며, 세상의 어떤 재물보다도 두 분의 참된 가르침에 더욱 감사드립니다.

두 분의 뜻을 잘 받들어 언니 네와 동생네와 더불어 즐겁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할게요.

다음 어버이날에는 아버님, 어머님의 빈 가슴이 가득 채워지도록 저희 삼남매 가정의 향기롭고 따뜻한 마음을 전해드릴게요.

2005년 8월 10일

당신의 사랑하는 둘째 딸 미영 올림